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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이 길위에 서 있나 (컨그레스 번외)

알렉산더 테크닉은 아직 한국에서

‘자세를 바로 잡는 방법’, ‘긴장을 푸는 방법’,

혹은 ‘또 하나의 자격증 과정’ 정도로만 여겨지는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이 공부를 시작한 이유는 단 하나였다.

나 자신이 변하고 싶었고,

스스로를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사실이

너무도 매혹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시도해보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그게 나의 출발점이었다.

습관을 바꾸거나 루틴을 세우는 일은

나에게 크게 어렵지 않았다.

미라클 모닝은 나와 맞지 않아 하지 않았지만,

내가 원하면 언제든지

새로운 것을 실천에 옮기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새벽에 일어나 수영을 다니고,

퇴근 후에는 영어를 배우거나 운동을 하거나,

배움에 시간을 투자하는 게 아깝지 않았다.

그런데도 내 안에는 늘

채워지지 않는 어떤 결핍이 있었다.

시간을 의미 있게 쓰고 있다고 믿었지만,

내 안에는 늘 비어 있는 공간이 남아 있었다.

그래서 점점 더,

그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의미 있고 효율적으로 채우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하지만 단순히 새로운 것을 배운다고 해서

그 공허함이 메워질 것 같진 않았다.

오히려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왜 나는 이렇게 가만히 있지 못하고,

무엇인가를 끝없이 갈구하는 걸까?”

뜨개질, 퀼트, 스노우보드, 수영처럼

서로 전혀 다른 취미들을 즐기고,

발레, 필라테스, 춤처럼 움직임도 좋아해서

다양하게 배워왔던 나.

그런데도 문득,

정작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알렉산더 테크닉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건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생각하는 방식을 바꾸는 과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다면 나를 진짜로 변화시킬 수 있겠다는

강한 확신이 찾아왔다.

하지만 처음 마주한 알렉산더 테크닉은

정체가 너무나 모호했다.

번역된 책들을 닥치는 대로 읽어 내려갔지만,

그럼에도 갈증은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

오히려 궁금증은 더 깊어져만 갔다.

당시만 해도 번역된 책이 다섯 권도 채 되지 않았고,

돌이켜보니 오역도 많았다.

그래서 결국, 직접 배워보기로 결심했다.

그 무렵 우연히 펠덴크라이스도 알게 되어

거의 동시에 두 가지를 처음 경험했는데,

내게는 알렉산더 테크닉이 훨씬 더 잘 맞았다.

직접 경험해 보니

내 프로세스와 어울린 건

분명 알렉이었다.

마침 그 시기에

한국에 첫 국제 알렉산더 테크닉 학교가 문을 열었다.

브루스 퍼트만 선생님을 중심으로,

사키고, 미도리, 로빈 아발론, 타미 탐슨, 밥 레이다 선생님들이

차례로 방문해 가르쳐 주실 예정이었다.

그 일련의 과정이 신기했다.

알렉을 알게된 후

책을 읽고 어느정도 확신이 생겼을때였으니까

이미 내안 결정은 내려진 상태였다.

나는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곧바로 과정에 등록했고,

그렇게 내 알렉산더 테크닉 여정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시작하고 나서 1년 반 동안은

땅을 치며 후회했다. 거의 매일 울음바다였다.

끊임없이 나 자신을 들여다봐야 했고,

내 생각의 근원을 직면해야 했다.

어떤 것들이 내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그리고 내가 어떻게 반응해왔는지를

매번 목도해야만 했다.

심지어 여전히 같은 방식으로 반응하고 있음을

인정해야 했다.

이 과정은 결국,

진짜 나를 드러내기 위해

내가 스스로에게 씌워놓았던 페르소나를

하나씩 벗겨내는 작업이었다.

그 페르소나가 나를 보호해주었든,

혹은 그렇지 못했든 간에,

그 모든 것은 결국 내가 만들어낸 것들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떤 사람들은 알렉산더 테크닉을

단순히 ‘바디워크’라고 여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간은 결코 몸으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조차도

몸만으로 존재하는 것은 아닐테니까.

우리는 몸, 마음, 생각, 그리고 영성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통합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일이 일어나든,

혹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더라도

그 모든 차원에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단지, 그 영향이 드러나는 가장 확실하고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이 ‘몸’일 뿐이다.

지난 토요일,

마이클 선생님이 진행하는 수업이 있었다.

그 자리에 루쓰, 비키, 군다 선생님도 함께하셨다.

마이클 선생님의 수업은

내게 정말 딱 맞는 스타일이다.

내가 다루고 싶었던 주제들,

내가 알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마이클 선생님은 자신의 방식으로

정확히 짚어주신다.

그리고 수업이 끝나고 나면,

항상 생각할 거리들이 더 많아진다.

그게 마이클 선생님의 수업이 가진 힘이다.

네 분의 선생님께서

각기 다른 나라에서 시간을 맞추어

한자리에 모이신 것 자체가

정말 인상 깊고 특별하게 느껴졌다.

그 기대되는 과정이

내년 1월에 열린다.

이미 마이클, 루쓰 선생님은

컨그레스에서 직접 뵈었고

비키, 군다 선생님은 토요일 처음 뵈었다.

지금보다 더 바빠질테지만,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2026년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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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기회가 되면,

STAT이 왜 설립되었는지,

왜 모더레잇 과정이 필요했는지에 대해서도

정리해 보고 싶다.

왜 한국에는 그렇게 진행하는 학교가 없었는지?

그리고 그렇게 하지 않아도 괜찮은지에 대한 이야기들을

컨그레스가 끝난 후,

얼라이언스 선생님들과의 모임에서 나눈 적이 있다.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배움과 변화라니,

그걸 어떻게 놓칠 수 있겠는가!

생각이 변하고 있다는 그 순간을

어떻게 즐기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알렉산더 테크닉을 알게 되면,

그 전으로 되돌아가는 것은 쉽지 않다.

이 즐거움을 모른 채 살아가는 삶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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